높은 운전 효율로 전기요금 줄이고, 시스템 하나로 냉난방 OK
냉각탑·실외기 등이 필요하지 않아 외관상 장점
소음규제 지역에도 적용할 수 있어

건축물의 혈관과 같은 존재인 기계설비 분야는 시공 기술도 중요하지만 어떤 자재를 쓰느냐에 따라서 품질이 좌우된다. 요리에 있어 음식 재료가 중요하듯, 기계설비 시공에 있어서도 자재는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재료 중 하나다. 두 번째 이야기는 탄소중립의 핵심 기술인 지열냉난방이다. /편집자 주

지열시스템의 핵심은 열흡수(난방)와 방출(냉방)이다. 여름에는 뜨거워진 실내 열을 순환수가 흡수해 땅속으로 열을 방출하고, 반대로 겨울에는 땅속 지열관으로부터 열을 흡수해 차가워진 실내 열을 데우는 방식이다.

높은 운전 효율로 전기요금을 줄이고, 하나의 시스템으로 냉난방이 가능할 뿐 아니라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이 가능하다. 냉각탑, 실외기 등이 필요하지 않아 외관상 장점과 소음규제지역에도 적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타 열원설비보다 고가로 높은 초기투자비용과 지중열교환기 설치를 위한 천공 면적이 필요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지열설비 한 전문가는 “그럼에도 정부가 주택지원사업, 건물지원사업을 통해 설치비용 일부를 보조함으로써 보급 활성화에 나서고 있는 만큼 향후 시장 창출과 확대가 예상된다”며 “공공기관의 경우 신재생에너지 촉진법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은 설치가 의무화되고, 공급의무비율도 매년 늘어나고 있어 신재생에너지가 점차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더블유케이, 전통적인 시스템 탈피

공랭식 콘덴서 번들.
공랭식 콘덴서 번들.

지난 2009년 설립된 이더블유케이는 열수기화기, 응축기 등 지열발전에 필요한 핵심설비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주력으로 영위하고 있는 바이너리(저온) 지열발전 방식은 180℃ 이상 고온의 지열수만을 이용하던 기존의 전통적인 시스템에서 탈피한 것으로, 낮은 온도(180℃ 이하)의 열원에서도 발전이 가능하게 한 것이다.

이더블유케이 관계자는 “태양광, 풍력 등의 신재생에너지와 달리 지열발전은 외생 변수(기후, 지형)에 영향력을 받지 않는다는 강점이 있다”며 “특히 당사의 바이너리 방식은 지리적 제약에서 벗어나 24시간 운영이 가능하도록 개발됐다”고 언급했다.

또 이러한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세계 1위 기업(시장점유율 70% 차지) 오맛(ORMAT)과 3위 기업 엑서지(EXERGY) 등의 우량고객을 확보, 독점적인 공급업체의 지위를 확보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높은 지배력을 기반으로 지난해 이더블유케이는 글로벌 지역발전설비 핵심부품 시장 점유율 2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높은 실적 성장세도 긍정적이다.

이더블유케이 관계자는 “다년간 검증된 설계 노하우와 높은 원가경쟁력, 바이너리 지열발전 시스템 덕에 민간발전사업(IPP) 업체들과 상생관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며 “공모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연구개발(R&D)에 투자해 직접 발전소를 지어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단계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더블유케이는 고객에게 최고의 품질과 신뢰성을 보장하자는 기본 정신을 바탕으로 글로벌 우량고객과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안정된 기업”이라고 밝혔다.

제이엔지, 지열에너지 분야 국내 선두 주자

제이앤지 기술연구소 내 지열 히트펌프.
제이앤지 기술연구소 내 지열 히트펌프.

제이앤지의 역사는 지난 1999년 센추리 냉난방전문점으로부터 시작된다. 지난 2006년 전주대 벤처창업관에 이주하면서 법인으로 전환, 재생에너지사업 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한때 지역적 한계와 자금사정 때문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지열에너지 사업 비전을 수립하며 열냉난방 기술개발에 집중한 결과 지열분야 국내 선두 주자로 달리고 있다.

현재 지열에너지 유효 특허 30여건(미국 특허 2건 포함), 국내·외 학술지 논문 20여편(SCI급 2편 포함), 성능인증 2건, 신기술인증(NET) 1건, 조달우수모델 약 100여 모델(2020년현재 유효 32모델 보급 중) 등을 보유한 지열에너지분야 기술본위의 기업이다.

기술개발을 담당하는 기술연구소, 실험실, 실증실험장 등은 전주 본사에 소재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기술개발은 본사 자체투자와 직접개발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다만 필요 시 서울지사 인력의 본사 파견과 일정 기간 연구개발 지원도 하고 있다.

하지만 지열시스템을 구성하는 품질관리에 핵심이 되는 주요 부품, 자동제어판넬, 지열운영 소프트웨어 등은 본사 공장에서 직접 생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현장 위주의 자가품질보증 활동(서비스 발생 시 1일 이내 대응 및 조치)을 통해 고객 감동과 재계약을 이끌어내고 있다.

회사의 수익이나 실적과 무관하게 매년 다수의 기부와 사회적 역할을 해나가고 있으며 대표적인 기부처로는 지역사회 소외층 돕기(이웃사랑 나움의 쌀 전달), 지역 소재 대학(전주대학교, 전주비전대학교, 전북대학교 등)에 장학금 전달, 소아암 환우돕기 지원 활동, 전남 인재육성 장학기금 전달 등도 진행하고 있다.

이젠엔지니어링, 개방형 지열시스템 등 독자기술 보유

우물관정형 지열시스템.

이젠엔지니어링은 신재생에너지사업 및 수요관리사업을 주력 사업영역으로 하고 있는 엔지니어링 전문기업이다.

개방형 지열시스템, 빙축열 및 수축열 냉난방시스템에 대한 독자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기존 개방형 지열시스템은 지반을 300~ 500m 깊이로 천공해 천공 내 지하수를 이용해 건물의 냉난방을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국내에 적용한 결과 지중열교환기 천공이 무너지는 등 여러 문제점이 발생했다. 이러한 문제점으로 인해 개방형 시스템이 수직밀폐형에 비해 시스템 효율이 좋지만, 현재까지도 개방형보다는 수직밀폐형을 적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젠엔지니어링은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한 개방형 지열시스템을 개발했으며 관련특허로 ‘스케일 제거가 가능한 히트펌프 시스템’ ‘관정형 히트펌프 시스템’ 등을 등록했다.

특히 ‘공무너짐 방지 우물관정형 지열시스템’은 여과사리를 투입해 암반붕괴를 방지하고 지하수와 암반의 열전달 방향을 변경시켜 열전달 사구역을 없애 지중열교환기의 용량을 상승시키는 효과를 얻는 등 기존의 개방형 지열시스템을 개선했다.

이 시스템은 히트펌프, 공기먼지분리기, 지중열교환기(개방형 타입)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기계실 내부에는 지열히트펌프와 공기먼지분리기가, 옥외에는 지중열교환기(개방형 타입) 및 심정펌프가 설치된다.

냉방 시 지열히트펌프 응축기로 지하수(초기온도 17~19℃)를 공급해 응축열을 흡수한 후 다시 지중열교환기 하부로 유입되며 온도가 상승돼 관정에 유입된 지하수는 상부로 유동하면서 암반과 열교환해 다시 지열히트펌프로 공급된다. 이 시스템은 기존대비 25%의 전력량을 절감할 수 있다.

코텍엔지니어링, 차세대 기술사업 준비

롯데월드 지열시스템.

코텍엔지니어링은 ‘BTES’ 공법을 차세대 기술사업으로 준비 중이다.

BTES(borehole thermal energy storage)란 각종 발전시스템을 통해 만들어진 열을 다시 땅속에 보관했다가 겨울에 열원으로 사용하는 기술이다. 유럽과 캐나다에서 일부 시행하고 있는데 아직 국내에는 생소한 공법이다.

국내에서는 태양열 패널을 통해 집열된 온수와 열병합발전소 냉각수를 땅속에 돌려 지열로 보관하는 방식을 연구 중이다.

미국에서는 원자력발전소 냉각수를 땅에 순환시켜서 지열로 저장하는 방식까지도 연구 중이다.

코텍 관계자는 “원전 냉각수를 바다에 버리면 인근 수온이 올라가 생태계가 변하고, 그것 때문에 주민 보상 비용도 많이 든다”며 “데워진 냉각수를 지열로 보관하고, 겨울에 그것으로 난방을 돌리면 에너지절감 효과가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BTES는 연료전지와도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연료전지를 통해 만들어지는 에너지는 전기가 40, 열이 60인데, 여름에는 열을 버려야 한다는 비효율이 있다. 이에 잉여열을 땅속에 보관하는 BTES와 연료전지는 서로 융합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코텍은 지금도 기술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건물 하부 천공공법’은 코텍의 자랑거리다.

기술력을 토대로 코텍은 서울시청 신청사와 잠실 롯데월드타워 등 공공과 민간을 넘나들며 지열냉난방 시스템 프로젝트를 맡았다.

코텍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지열시스템은 설치비가 2배 정도 들지만 운전비(에너지비용)는 그 절반 수준”이라며 “1년 내내 쓰는 병원, 호텔에서는 2년이면 초기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기계설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